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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과 음식 산행이 덥고 지치기 시작하면 늘 나누는 대화는 원초적인 음식 이야기이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냉면이다. 사실 냉면으로는 부족하고 고기와 냉면을 먹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산중에서 그게 가당치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그래서 끼니때마다 드론이 날라와서 냉면도 주고 짜장면도 주면 정말 쉽게 JMT를 마칠 수 있겠다는 허황된 꿈도 꾼다.배고프고 힘들면 본능적으로 음식이 생각나듯이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증인들 넷째날은 도나휴 패스를 넘는 날이었다. 이번 백 패킹의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하고 그날 걸어야 하는 코스가 길기도 해서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 패스아래까지는 완만한 경사이기는 했지만 절대 거리는 줄일 수가 없어 일행과의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숨이 무척이나 차 올랐다. 한걸음, 한걸음 옮기는데 이미 패스 정상에 도착한 일행들의 모습이 보인다. 모두 배낭을 내려놓고 바위에 걸터앉아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뭐 내가 죽을 정도는 아니인지라 아무도 내려와서 도움을 주려는 이는 없었고 나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내가 올라가려는 길이 눈에 덮혀 있으니 ‘이리로 올라오라’고 길을 안내해 주고 손짓해 주는 정도였다. 오르다 말고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어휴, 얄미워라. ㅋㅋ 다섯 모두 나에게는 증인들이..
배낭의 허리 나의 백 패킹 배낭은 그레고리 제품이다. 오스프리와 더불어 배낭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제품인 deuter가 그 뒤를 바짝 쫓는다고 해야 할까? 그레고리와 오스프리는 각각 사용하고 있는데 두 배낭회사 모두다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공히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허리 부분의 안정감과 무게의 분산기능이다. 뭐 다들 아는 거지만 배낭은 자기 몸통 길이를 먼저 재고 거기에 맞는 싸이즈를 골라야 하며 여기서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허리 벨트를 먼저 엉덩이뼈위로 올린 후에 어깨 끈을 조절해야 한다. 이번 백패킹은 지금까지 내가 짊어졌던 배낭가운데 가장 무거웠는데 첫날은 그 배낭의 무게가 너무 힘들었고 날이 갈수록 나아지기는 했지만 매일 오후가 되면 배낭의 무게가 나를 땅으로 ..
이상한 조합 이번 존 뮤어 트레일 하이킹은 참 이상한(?) 조합이었다. 나와 연결되었다는 걸 제외하고는 모두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멀리 콜로라도에서 김도현 교수님 부부가 오셨고 함께 나와 교회를 섬기는 지준/혜윤 부부가 조인했다(참고로 혜윤 자매는 김교수님 부부의 딸과 비슷한 나이이다.) 엘에이에서 토니 목사가 어려운 시간을 내 주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산행을, 그것도 백 패킹을 함께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여행도 관계가 상하기 쉬운데 이렇게 몸과 마음이 힘들면 금방 서운할 일이 생긴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4박 5일의 여정이 참 좋았다. 내가 갖지 못한 장점을 다른 이가 가지고 있었고 그 장점들을 남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고 돕는 최고의 팀이었다. 내가 계획했다고 하지만 정말로 나는 숟가락 하..
참 다른 친구 이 친구는 나와 참 다르다. 그는 contemplative하고 나는 informative하다. 그는 이끌어가고 나는 연결해 준다. 그래서 그와 얘기를 하다보면 나와는 참 다르다 하는 생각을 할때가 많다. 이번에도 역시 그랬다. 생각과 묵상이 많은 친구이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려 애쓰는 사람이다. 참 다른 친구를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고 달라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래도 또 함께 산에 오른다.
2016 JMT 5th day(Lyell canyon to Tuoulmne meadow) 오늘은 오전이면 모든 일정이 끝난다. 여유있게 텐트를 걷고 평지나 다름 없는 길을 6마일 조금 넘게 걷자니 tuolumne meadow에 도착했다. 거의 도착해서야 예쁘게 생긴 아가씨 레인저가 웃으며 퍼밋과 곰통을 검사한다. 웃지만 총도 차고 있고 수갑도 있다. 신발을 벗고 양말을 갈아신고 샌들을 신은 후 백팩안의 모든 쓰레기를 버리고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일단 햄버거와 프라이즈, 콜라를 마시고 과일을 먹고 다시 핫도그를 먹었다. 차에 타서 에어컨 바람을 쐬자니 정말로 문명의 이기가 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맘모스에 도착해 토니와 작별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산호세로 먼길을 떠나 저녁에 도착해서 곰탕을 한 그릇씩 하고 헤어졌다.다시 뭉칠 수 있을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2016 JMT 4th day(Island pass to Lyell canyon) 오늘은 11000피트의 도나휴 패스를 넘는 날이다. 가장 힘들고 또 오르막뿐 아니라 긴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어서 힘든 날이 되리라 예상한 날이다. 늘 그렇듯이 커피와 오늘은 오트밀 대신에 미역국밥을 먹고 천천히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좀 길기는 하지만 경사가 급하지 않아서 예상한 대로 도나휴 패스에 올라섰다. 바위에 앉아 지나온 길을 보니 장관이다. 이제 이번 여정도 거의 마지막을 향해서 달려 간다. 내려오는 길에 설산이 보이는 나무 그늘아래에서 먹는 고추장 스팸 비빔밥이 일품이다.내려가도 끝이 없는 계곡을 터벅터벅 걷자니 올라오는 이들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길을 몇년전에 은규, 찬수, 인표가 하루만에 넘었다니 참 고생을 많이 했다. ㅠㅠ 저 아래 Lyell canyon이 보이고 정말로 그림과..
2016 JMT 3rd day(Garnet lake to Island pass 지난 지점) 아침이 되어도 JJ와 HY부부가 오질 않는다. 어제 바로 갈림길에서 두 사람이 배낭을 고쳐매는 것을 보고 먼저 출발한 분들이 기다려 줄걸이라는 후회를 하신다. 억지로 아침을 먹고 이런 저런 시나리오를 생각했다. 가장 안좋은 것은 두 사람중 누가 다친 것. 그럴 경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서야 한다. 하지만 어제 우리가 garnet lake를 내려왔던 그 끔찍한 스위치 백을 올라가려니 아득하다. 설령 만나더라도 다쳤다면 헬기를 불러야 한다. 그나마 나은 시나리오가 둘이 길을 잃어 어젯밤 야영을 하고 지금 이리로 오고 있을 것이라는 기대이다. 일단 테리 사모님과 내가 물을 정수하고 뒷정리를 하는동안 토니와 김 목사님이 물병과 간단한 차림으로 거꾸로 가보기로 한다.물을 정수하고 오니 두 사람이 와있다. 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