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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로 입성하는 예수 연말에 게티센터를 방문했을 때 인상적으로 한참을 바라보았던 그림입니다(오래 바라보고 있으니 아들이 찍어 주었습니다)제임스 앙소르의 '브뤼셀로 입성하는 예수'라는 그림인데 그림속의 군중들은 예수께 주목하지 않고 각자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습니다. 정치, 종교, 대중의 관심이 각자의 주장에 따라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그림입니다. 그것을 보여주는 문구가 "Dogmatic fanfare always succeeds"입니다. 그 문구는 화가가 당시 벨기에의 정치화/이념화되어버린 종교(당연히 기독교지요)에 대한 경멸의 표현이라고 하네요. 자연스레 갈 길을 모르고 헤매는 지금의 교회를 떠올리게 됩니다. 연말, 연초로 이어지는 한국의 계엄, 내란, 혼란스러움, 다음 .. 2025. 1. 16.
승효상의 [묵상] 저자는 무척이나 유명한 건축가입니다. 그가 쓴 이 책은 여행기인지, 말그대로 묵상집인지, 알쏭달쏭합니다. 그의 개인적인 삶과 신앙, 건축, 특히나 수도원이 주는 영적인 의미를 너무나 종교적이지 않게, 그러나 영적으로 풀어냅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아, 한번은 가서 하루이틀 자면서 묵상하고 그 안에 젖어들고 싶다'라는 수도원들이 생기네요. 특히나 르 토로네와 라 투르트 수도원이 그렇습니다. 르 토로네 수도원은 아내와 안식월동안에 갔었던 아비뇽과 멀지 않았는데 그런 수도원이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케 한 르 코르뷔지에가 등장합니다. 저자가 마지막까지 붙잡은 화두, '진리란 무엇인가?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묵상이 마음에 깊이 남습니다. 마음이 신산스러웠던 연말을 지나며 어디로 가야할지 .. 2025. 1. 7.
세 장의 그림과 2024, 그리고 2025 연말에 방문한 엘에이에서 아이들과 게티센터에 갔습니다. 자욱한 안개로 게티에서 바라보는 엘에이의 멋진 풍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원래 게티는 그것이 주목적은 아닙니다. 거의 10년만의 방문인데 늘 마주하던 명화들은 그대로이지만 새로운 그림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각각 프랑수와 밀레의 '곡괭이질하는 남자', 드가의 '모자를 만드는 여인', 그리고 마네의 '모니에가의 깃발'입니다. 아내의 투병으로 마음고생한 한 해를 보내서인지, 남자의 애환이, 여인의 삶의 질곡이, 그리고 깃발이 나부끼는 거리 구석의 다리를 잃은 용사의 절망이 눈에 들어와서 한참을 바라 보았습니다. 그래도 한 해를 지나며 마음에 남는 한 단어는 "감사"였습니다. 그 감사는 피난처와 산성이 되어주신 주님이 주신 것이고, 그 주님의 손길은 아내를 .. 2025. 1. 1.
구름낮은 날 오랜만에 아내와 랜초를 찾았습니다. 바쁜 스케줄에, 겨울비가 오기도 해서 한 주를 걸렀습니다. 바닥이 약간 축축하기는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겨울답게 먼지는 전혀 없고 공기를 더할 나위없이 상쾌합니다. 야생 칠면조와 사슴들이 뛰노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인데도 조금 오르니 오전의 안개가 발아래로 휘감아 돕니다. 아내와 산책하는 2시간 남짓은 오롯이 대화에만 집중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늘 목적지로 삼는 정상(?)에 올라 바나나와 팥죽 봉지를 나눠 먹고 내려옵니다. 감사한 하루입니다. 다음 주는 연말휴가로 엘에이에 다녀오니 새해가 되어야 다시 찾게 될 것 같습니다. 2024. 12. 21.
영성 없는 진보 저자는 일단 보수는 가능성이 없다고 접어 놓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보의 진정한 가치는 나와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시각과 가치관, 실천에서 나온다고 주장합니다. 그 예로 전태일과 서준식을 꼽습니다. 책의 한 부분에서 현정부과 대통령의 몰락 가능성을 이야기했는데 그 사이에 현실이 되었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나와 전체를 하나로 봄은 결국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어그러진 세상을 회복시키려했던 섬김과 희생으로(저자는 딱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지만) 드러남이라고 개인적으로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에 역사의식을 가진 영성/기독교의 희망은 결국 이 땅에 이루어질 하나님 나라를 애둘러 말한 것 아닐까요? 얇은 책이지만 주장이 확실하고 모르거나 명확하지 않았던 사상/이론들을 분명히 설명해 주는 장점이 있.. 2024. 12. 20.
시편 140편과 탄핵 한 주동안 일상의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기도가운데 조국을 생각하였고 공의가 바로 서기를 바랬다. 지난 밤에 마음졸이며 늦도록 결과를 기다리다가 탄핵투표의 결과를 보고 잠이 들었다. 오늘 아침묵상에 주신 말씀, 더할나위없이 적절하고 위로와 용기가 되는 말씀이다. 갈 길이 남아 있지만 불의한 자들이 그 불의함으로 심판받기를 바랄 뿐이다. ---------------------------------------------------------------140:1 여호와여 악인에게서 나를 건지시며 포악한 자에게서 나를 보전하소서 140:2 그들이 마음속으로 악을 꾀하고 싸우기 위하여 매일 모이오며 140:3 뱀 같이 그 혀를 날카롭게 하니 그 입술 아래에는 독사의 독이 있나이다 (셀라)140:4 여호와여 .. 2024.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