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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 설교 소설가 김영하는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놓은 책중에서 골라서 읽는 것'이라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나름 통찰있는 생각을 그의 책에서 나누었습니다. 사놓고 한참이나 보지 못하고, 볼 기회가 없고, 동기유발이 되지 않은(당장 가르치거나 설교해야할 이유나 필요가 없는) 책들이 책장에 한가득입니다. 그 중 하나가 십계명에 관한 책들인데 이번에 십계명 시리즈 설교를 하면서 찬찬히 읽고 있습니다. 사놓은 책중에서 골라서 읽는 것이라는게 증명되기도 하지만 책은 또 부동산이기도 하니 1)그만 사고, 2)가지고 있는 책은 열심히 읽고, 3)나눠줄 책과 간직할 책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일단 #1에서부터 실패입니다. 요즘에는 신학책보다는 에세이, 소설, 시집에 더 눈길이 갑니다. 2025. 5. 4.
이토록 좋은 사람들 올해 부활절은 작년보다 늦어서 4월 20일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부활절 예배가 끝나고 공원으로 가서 피크닉을 합니다. 그전에는 운동회같은 것은 많이 하지 않았는데 팬데믹을 지나며 모이고 몸을 쓰는 걸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잔디밭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계란을 줍는 에그헌팅을 바라보는 것도 즐거움입니다. 북가주는 4월이라도 추운데 올해 부활절은 더할나위없이 날씨가 좋았습니다. 이웃교회에서 빌려온 줄다리기 줄로 피크닉과 운동회를 마무리하는게 이제는 일종의 전통이 되어 갑니다. 교회 개척 멤버이기도 하고 정말 교회를 위해서 많이 헌신한 가족이 잠시 마지막 예배를 드렸습니다. '마지막'이란 건 교회를 떠나기 때문이고 '잠시'라는 건 몇 년동안 떠나있기 때문입니다. 모두에게 몇 년후에 다시 보자고 인사하는 그 .. 2025. 4. 29.
보는 것도 잘 분별해서... 아내의 항암약들에 대하여 이것저것 읽어보다가 어떤 분의 투병기(정확히는 그 아내되시는 분)을 읽게 되었다. 꼼꼼히 기록하셔서 다 읽게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안보는 것이 나을 뻔 했다. 투병하시던 그 아내가 돌아가셔서가 아니라 그 과정의 일들이 이리저리 얽히고 복잡했다. 다 읽고 나서 힘을 얻어야 하는데 오히려 절망스러운 눈물이 나고 기운이 쪽 빠져 버리고 말았다. 잠시 누워 다시 42편을 되뇌이며 낙심과 절망이 아니라 주님안에서 소망을 품고 주님이 나타나셔서 도울 것을 기도하였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 다시 격려를 받아야 했다. 보는 것(읽는 것)도 조심하며 분별해야 하겠다. 2025. 4. 26.
The room next door 주일 저녁 영화로 고른 것인데 잘못 골랐다. 이런 영화인줄 몰랐다. 그런데 끝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줄리엔 무어와 틸다 스윈튼의 연기가 클로즈업한 그들의 얼굴에서 너무나 실감나게 표현된다. 왜 영화는 그토록 컬러풀한 톤으로 입혀졌을까? Martha의 의지와는 반대로 그녀의 마음속의 진정한 바램은 달랐던 것일까? 제임스 조이스의 [죽은 자들]의 구절들이 Martha의 입을 통하여, 그리고 다시 Ingrid의 마지막 독백을 통하여 살짝 바뀐 모습으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어쩌면 다시 보게 될지, 아니면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이라도 구해서 읽어볼 참이다. 2025. 4. 21.
혁명이 시작된 날 사순절 기간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다루는 책을 읽고 배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올해는 플레밍 러틀리지의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읽을까 아님 톰 라이트의 [혁명이 시작된 날]을 읽을까 하다가 톰 라이트로 결정했다. 지난 2년간 플레밍 러틀리지의 사순절-부활절 설교들을 읽었기에 한 해정도 건너뛰고 내년에나 다시 그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톰 라이트는 구원을 창세기의 창조와 소명으로 연결지어 큰 그림을 그린 이후에 로마서의 중요한 장들-3, 8장-의 구속과 회복(특히나 8장의 만물의 회복은 그에게 좁은 의미의 '천국가는 구원'을 넘어서고 포함하는 구속의 절정이다)을 촘촘하게 설명한다. 그 부분이 좀 어렵기는 하지만 끝까지 따라가면 그가 제시하는 구원과 하나님 나라의 광대함이 머리를 넘어 마음속으로.. 2025. 4. 17.
쓸쓸해 보이지만 마음이 가는 사진 포르투를 대표하는 상벤투역에서 도우루 강변으로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길입니다. 몇 년전 아내와 그 길로 천천히 걷다보니 젊은 사진작가가 거리에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유난히 마음에 들어 구입한 사진 한 점입니다. 저 멀리 포르투 대성당이 보이고 이미 중년을 훌쩍 넘어선 남자가 쇠락한 포르투의 골목길을 걷습니다. 그의 손에는 무엇을 들고 있는 것일까요? 점심을 싸가지고 갔던 도시락 가방인지, 하루일을 마치고 아내가 부탁한 먹거리일지, 혹은 하루의 피로를 달래줄 포르투 와인 한 병일런지요? 안개는 자욱하고 홀로 걸어가는 그 남자를 지긋히 바라보자니 눈물나올만큼 쓸쓸하지만 우리네 인생이 언제가는 저렇게 혼자남아 걸어야 하는 하루라는 것을 말해 줍니다. 뒷모습이라 그저 짐작할 뿐이지만 .. 2025. 4. 7.